7월 10일 토요일
이사했다는 처제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오랜만에 짬을 내어 아내와 아이 .. 이렇게 세식구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전날 있었던 지역언론에 대한 얘기가 새벽까지 줄달음질 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세살박이 아들이 노래하던 '기차'의 목소리가
더욱 컸던 것이 이유가 되겠지요.
오후 5시쯤 도착한 천안역 광장의 풍경은 기업 사주와의 협상이 잘 되지 않았는지, 근로자들이 호소하는 피켓과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방문하기로 했던 터라 시간이 남아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지도판에 가장 눈에 띄었던 '천안삼거리 공원'을 찾기로 했습니다.
몇 해 전에 스쳐보았던 공원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주말이지만 굳은 날씨때문인지 그리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족, 연인들의 모습에 저희도 한무리가 되어 끼어 들었습니다.
산보를 하며 부부간에 하지 못했던 가벼운 얘기들을 즐겼습니다.
아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의 잉어와 소금쟁이를 보고 즐거워하며, 그네를 타야겠다고 떼쓰며 엄마와 함께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것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원 한바퀴를 돌때쯤 눈에 띄는 사람.
학생이라는 그는 흑백이 2천원, 칼라 4천원을 받고 캐리커쳐를 그려준답니다.
아내에게 아이와 함께 앉아보라고 하고, 그 학생에게 그림을 청했습니다.
커피 생각으로 매점으로 향하던 중에...걸어온 길 뒤로 보이는 그림그리는 학생에 잠깐 옛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시절의 내 모습...이런저런 경험의 어린시절에 지금의 저를 생각합니다.
계속되는 꼬리를 무는 장면을 접고, 캔커피 2개와 주슈1개를 삽니다.
수고했다며 캔커피와 4천원을 건냅니다.
그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 아내는 "둘이 같이 그리는 줄 알고, 정말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아들만 그려냈네.."(ㅎㅎ) 장난스럽게 투덜거립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 합니다. 수준을 넘어 그가 그 자리에 홀로 설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보기좋았다고...
.......
늦은 9시
처제와 아내가 대화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찾아볼 사람도 있어 다시 천안역을 찾았습니다.
오후에 보았던 광장의 모습은 조금 변해있더군요.
'작은 연못'이라는 영화가 광장에서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비가 조금 내리기도 했지만 오후에 보았던 근로자분들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고, 어르신들과 지나가던 몇몇 분들께서 광장을 채워주고 계셨습니다.
저도 발걸음을 멈추고 1시간 정도를 선채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실..영화의 내용은 언론이나 TV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동냥한 것이 있어 관심 밖이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광장 한켠에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근로자분들.
억울한 것인지, 잘못된 주장인지..저는 그 내용을 모릅니다.
영화가 끝날때가지 중간중간에 앉아 눈물 흘리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맨 뒷줄에서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 한잔 하시며 대화하시던 분들..
가족처럼 보이시는 몇분의 아주머니들의 방문...
제겐 그 근로자분들의 사정은 모르지만 '희망을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이 아닌 최선의, 최후까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희망'이고 '삶'이 아닌가 합니다.
부디..천안역 광장에서 고생하시는 분들...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최선을 다해 지켜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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